K-방산의 경쟁력이 수출 물량과 생산능력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밀타격, 감시정찰, 지휘통제, 무인체계, 자율주행,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등 미래 무기체계에서 AI는 선택적 기술이 아니라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방산기업의 AI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이 AI 전문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실제 무기체계에 AI를 적용한 경험이 있는지, AI 모델을 시험·검증하고 운용할 수 있는지 등을 사업자 선정 단계에서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량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산기업의 사업 수행능력은 기술력과 생산능력, 사업수행 경험, 품질관리 등 다양한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AI가 무기체계의 핵심 기능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기존 평가방식만으로 기업의 미래 기술역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동일한 ‘AI 기술 보유 기업’이라 하더라도 역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 AI 관련 연구논문이나 일반적인 AI 인력을 보유한 기업과 실제 국방 데이터를 활용해 탐지·식별·추적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제한된 국방환경에서 AI 시스템을 시험·운용한 기업은 기술적 성숙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산기업 평가에도 ‘국방 AI 기술역량’이라는 별도의 평가영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단순히 ‘AI 인력이 몇 명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다.
AI 전문인력의 학위와 자격, 국방 분야 경력, 실제 AI 개발 실적, 무기체계 적용 경험, 시험평가 능력, 보안환경에서의 운용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국방 AI 역량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AI 전문인력 20점, 국방 AI 적용실적 20점, AI 기술개발 역량 20점, AI 시험·검증능력 15점, 국방환경 대응능력 15점, AI 운용·유지보수 능력 10점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평가다. 현재 방산 분야에는 사업관리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국방사업관리사 제도가 있다. AI 분야 역시 이와 유사하게 국방 특성을 이해하면서 AI 기술을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인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가칭 ‘국방 AI 전문인력 인증제’를 도입해 수준별로 운용전문가, 기술전문가, 시스템전문가, AI 아키텍트 등으로 구분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방산기업의 AI 역량 ‘학위+자격+경력+프로젝트 실적’으로 종합 평가 제안
홍익대 대학원 국방AI융합학과 양현상 교수(한국인공지능기술산업협회 이사)는 특히 국방 AI의 경우 일반 산업의 AI와 달리 폐쇄망, 보안, 제한된 데이터, 실시간성, 신뢰성, 안전성, 전장환경 등 특수한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AI 역량과 국방 AI 기술역량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AI 전문인력의 자격과 교육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기업의 국방 AI 역량평가와 연계해, 연구개발사업이나 무기체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정량적으로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양 교수의 제안이다. 운용전문가는 AI 기본원리와 국방 AI 활용능력을 평가하고, 기술전문가는 머신러닝·딥러닝·컴퓨터비전·센서융합·엣지AI 등의 개발능력을 평가한다. 시스템전문가는 AI와 무기체계의 통합, 데이터와 모델 검증, 실시간 처리 등을 다루며, 고급 단계인 AI 아키텍트는 AI 무기체계의 전체 아키텍처와 획득·시험평가·운용전략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학위 역시 단순한 숫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AI 박사 몇 명’이라는 방식보다는 학위+자격+경력+프로젝트 실적을 결합해야 한다. 가령 AI 관련 석·박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국방 AI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무기체계 개발 경험을 갖춘 인력은 일반 AI 인력과 차별화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국방 AI는 일반 산업의 AI와 달리 폐쇄망, 보안, 제한된 데이터, 실시간성, 신뢰성, 안전성, 전장환경 등 특수한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력 기준을 기업 평가와 연계하면 산업 생태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국방 AI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확대하며, 국방 AI 프로젝트와 시험평가 역량을 확보하려는 투자를 늘리게 된다. 더 나아가 기업뿐 아니라 무기체계 자체의 AI 적용 수준을 평가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예컨대 AI를 단순한 정보분석에 활용하는 단계에서부터 탐지·식별·추적, 판단지원, 유·무인 협업 및 고도화된 자율기능으로 단계화하고, 무기체계의 AI 수준과 이를 개발하는 기업의 기술역량을 연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방산사업의 평가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일정 비율을 ‘국방 AI 기술역량 평가’로 설정하고 AI 전문인력, 국방 AI 개발실적, AI 무기체계 적용실적, 시험·검증체계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평가항목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방산사업 평가가 ‘무엇을 얼마나 잘 생산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AI를 활용해 무기체계를 얼마나 고도화할 수 있는가’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방위사업청과 국방 분야에서도 AI 무기체계의 데이터 품질과 모델 성능점검 등 AI 표준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AI를 국방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기업의 AI 역량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단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K-방산의 수출 경쟁이 심화될수록 AI 역량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해외 주요국들이 무인·자율체계와 AI 기반 지휘통제, 감시정찰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기존 무기체계의 생산능력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결국 앞으로의 방산 경쟁력은 ‘무기를 만드는 능력’에서 ‘AI로 무기를 진화시키는 능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국방 AI 전문인력의 자격과 교육체계를 마련하고, 기업의 AI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국방 AI 기술역량지수(K-DAIC·가칭)’와 같은 평가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AI 전문인력과 학위, 자격, 기술개발 실적, 국방 적용실적을 종합해 객관적인 점수로 환산하고 이를 연구개발사업과 무기체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 단계적으로 반영한다면 기업의 AI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AI가 무기체계의 핵심 기술이 된 지금, 방산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AI를 보유한 기업과 AI로 무기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기업을 구분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K-방산의 기술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평가기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