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Zoox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운전자와 핸들, 페달이 없는 전용 로보택시의 유료 상업 운행을 시작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Zoox는 2026년 8월 10일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승객에게 요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무료 시범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례는 기존 승용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차량 자체를 자율주행에 맞춰 처음부터 설계한 목적형 차량이 실제 운송 서비스의 수익 모델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Zoox의 차량은 외관 때문에 이른바 ‘토스터’ 또는 ‘토스터기 모양 로보택시’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전통적인 자동차와 달리 앞뒤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박스형 차체에 승객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좌석이 배치돼 있으며 최대 4명이 탑승할 수 있다. 운전석을 별도로 두지 않아 핸들과 페달 등 인간 운전자를 위한 전통적인 조작 장치도 없다. 차량은 양방향 주행이 가능한 구조를 갖춰 좁은 공간에서 차량 전체를 회전시키지 않고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Zoox는 이 같은 구조를 단순한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라 차량 설계 자체를 자율주행에 맞춘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업화의 가장 중요한 관문은 기술보다 규제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7월 30일 Zoox에 목적형 자율주행 차량의 상업 운행을 허용하는 임시 면제를 부여했다. 기존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 가운데 Zoox 차량 구조와 맞지 않는 일부 규정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향후 2년 동안 연간 최대 2,500대까지 상업 배치할 수 있는 조건이다. 동시에 NHTSA는 차량 운행과 안전성에 대한 강화된 감독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라스베이거스는 Zoox의 상용화 무대로 선택하기에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세계적인 관광·카지노·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집중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중심으로 로보택시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들이 실제 자율주행 서비스를 직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Zoox는 리조트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중심으로 운행 지역을 확대해 왔으며, 이번 유료 서비스에서는 기본요금에 운행 시간과 거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산정하고 특정 목적지에는 별도 요금이 적용될 수 있다. 회사는 기존 차량호출 서비스의 ‘컴포트’급 요금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아직 무료 서비스가 중심이다. Zoox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탑승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실제 도로 환경에서 고객 경험과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회사 공식 자료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서비스 지역 내 이용자가 앱을 통해 탑승을 신청할 수 있으며, 향후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상용화가 중요한 이유는 자율주행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기술 시연’에서 ‘실제 운송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파벳 계열 Waymo가 이미 여러 지역에서 유료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고 Tesla 역시 자율주행 서비스를 확대하는 가운데 Zoox까지 본격적인 상업 경쟁에 합류하면서 미국 로보택시 시장의 경쟁은 기술력뿐 아니라 차량 생산능력, 운행지역 확보, 규제 대응, 요금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Zoox는 기존 자동차를 개조하는 방식과 달리 자율주행을 전제로 차량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다른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네바다 교통당국 역시 최근 Tesla와 Waymo 등의 자율주행 운송사업을 승인하면서 라스베이거스가 미국 로보택시 경쟁의 주요 시험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는 평가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운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차량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긴급차량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 소프트웨어 오류와 센서 장애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대표적인 쟁점이다. NHTSA가 Zoox의 상업 운행을 허용하면서도 별도의 감독 조건을 부과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와 안전 규제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Zoox 역시 과거 소프트웨어와 안전 관련 문제로 리콜을 진행한 사례가 있어 상용화 이후 실제 운행 데이터와 사고 대응 능력이 중요한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이제 운전 보조 기능을 넘어 차량에서 인간 운전자 자체를 제거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Zoox의 라스베이거스 유료 운행은 그 변화가 더 이상 실험실이나 제한된 시험도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승객과 요금이 오가는 상업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사례이다.
특히 핸들과 페달이 없는 차량이 연방 규제의 예외 승인을 거쳐 공공도로에서 상업 운송에 투입됐다는 점은 향후 자율주행 전용 차량의 규제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자율주행의 미래가 기술적 가능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성, 사고 책임, 보험, 고용 변화, 도시 교통체계와의 연계 등 해결해야 할 사회적·제도적 논쟁이 남아 있다.
결국 라스베이거스의 로보택시는 자율주행 시대의 완성이라기보다 자동차의 개념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에 가깝다. 그 변화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앞으로 축적될 실제 운행 데이터와 규제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