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파이데이아] "계약 전에 ‘사람’을 본다… 전·월세 시장에 등장한 ‘상호 스크리닝 서비스’ 스크리닝 서비스 (Mutual Screening Service)"

전·월세 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임대인의 체납·근저당 은폐, 임차인의 월세 연체와 무단 점유 등 분쟁 유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계약 과정에서 상대방을 검증할 수 있는 정보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전·월세 상호 스크리닝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상호 스크리닝 서비스란 전·월세 계약 체결 전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의 신용 상태, 체납 여부, 분쟁 이력, 평판 정보를 일정 범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기존 임대차 시장에서는 임차인만 신용조회나 소득 증빙을 요구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 서비스는 정보 확인의 주체를 쌍방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사진:  ‘전·월세 상호 스크리닝 서비스의 모습, 챗gpt 생성]

현재 전·월세 분쟁의 상당수는 계약 당시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다. 임차인은 집의 상태나 등기부 일부 정보만으로 계약을 결정하는 반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이나 다중 채무 여부, 보증금 반환 능력은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반대로 임대인 역시 임차인의 지급 능력이나 과거 분쟁 이력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계약 이후 갈등이 발생하면 개인 간 소송과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상호 스크리닝 서비스는 이러한 위험을 계약 이전 단계에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연체 이력, 계약 위반 여부, 기본적인 신용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임차인은 임대인의 체납 정보, 보증금 반환 사고 이력, 과거 분쟁 여부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계약 당사자 모두가 ‘모르고 맺는 계약’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전·월세 시장의 신뢰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상호 스크리닝은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위험을 사전에 조정하는 예방 장치”라며 “분쟁 발생 후 개입하는 사후 규제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차별 우려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신용 정보나 분쟁 이력 공개가 특정 계층을 배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보 공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점수화보다는 위험 신호 중심의 단계적 표시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동의 기반 조회, 목적 외 사용 금지, 자동 소멸 구조 등 엄격한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럼에도 상호 스크리닝 서비스는 전·월세 계약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계약을 ‘집을 빌리는 행위’가 아닌 ‘사람과 맺는 약속’으로 재정의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공개될수록 무리한 요구와 불공정 계약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신뢰 가능한 임대인과 임차인이 시장에 남게 되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전·월세 시장은 오랫동안 개인의 경험과 운에 의존해 왔다. 이제는 계약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호 스크리닝 서비스는 완벽한 해답은 아닐 수 있지만, 최소한 “계약하고 나서 후회하는 구조”를 “계약 전에 판단하는 구조”로 바꾸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박형근 정기자 기자 koiics@naver.com
작성 2026.01.28 07:54 수정 2026.01.2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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